우리는 ‘이벤트 기획’만 하고 있고, ‘브랜드 경험 설계’는 하고 있지 않다

단순히 이벤트 기획을 넘어 고객에게 잊지 못할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계신가요? 이벤트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과 진정한 브랜드 경험 설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케팅의 방향을 재정립하세요.

우리는 ‘이벤트 기획’만 하고 있고, ‘브랜드 경험 설계’는 하고 있지 않다

“요즘 자사몰도 다 래플 하던데, 우리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요?”

많은 마케터들이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실무에서 래플, 스크래치, 룰렛 같은 혜택 이벤트는 유입과 전환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장치로 인식되곤 합니다. 실제로도 퍼포먼스는 꽤 잘 나오는 편이고요.

하지만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생기죠. 브랜드 팀은 묻습니다.

“이런 이벤트, 우리 브랜드 이미지랑 맞는 걸까?”

‘브랜드 경험’과 ‘전환 퍼포먼스’는 공존할 수 없을까요? 럭키드로우를 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톤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요? 혹은, 우리가 지금 기획하는 이벤트가 브랜드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 단기 유입에만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번 글에서는 단기 성과와 브랜드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고 있는 이커머스 마케터를 위해, 즉석당첨형 이벤트를 브랜드 자산으로 연결하는 설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지금 기획하고 있는 건 ‘이벤트’인가, ‘경험’인가

실무에서 즉석당첨형 이벤트는 종종 이렇게 기획됩니다:

● 참여는 쉽고 재미있게 (예: 룰렛 돌리기)
● 당첨 확률은 적절히 조정하고
● 경품은 인기 있는 제품이나 적립금 위주로 구성
● UI는 자사몰 메인에 배너로 노출하고

여기까지는 퍼포먼스를 위한 설계입니다. 당연히 필요하고 효과도 있어요. 하지만 이 기획에서 고객이 기억할 만한 ‘브랜드 경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룰렛은 돌렸지만, 어떤 브랜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고객은 이벤트만 소비한 겁니다. 고객이 ‘경험’하는 것은 브랜드가 설계한 세계관과 감정의 흐름이지, 경품의 금액이 아니에요. 즉, 이벤트 기획만 있고 브랜드 경험 설계가 없는 구조라면, 퍼포먼스는 남아도 브랜드는 남지 않습니다.


2. ‘낮은 퀄리티’로 보이지 않으려면, 인터랙션이 아니라 맥락이 필요하다

럭키드로우는 자칫 잘못하면 브랜드의 신뢰도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가벼운 장치’로 보일 수 있어요. 특히 프리미엄 지향 브랜드나 감성 중심 브랜드일수록, 이런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럭키드로우 자체가 브랜드에 위협이 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이벤트가 브랜드의 서사 안에 설계되어 있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 A 브랜드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의 룰렛”을 기획합니다.
● 룰렛 당첨 결과는 단순한 적립금이 아니라, 감사 메시지 카드 + 소량의 적립금 + 추천 제품의 교환권.
● UI는 브랜드의 감성 톤과 맞춘 일러스트 스타일로 제작.

이건 룰렛이라는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와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한 사례입니다. 즉, 퍼포먼스를 위한 구조이지만, 경험은 브랜드 중심으로 흘러가요. 인터랙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인터랙션이 어떤 맥락 속에 있느냐가 브랜드 경험 설계의 핵심입니다.


3. 회의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전환 중심 럭키드로우’ 구조 설계 예시

실무에서는 늘 시간과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브랜드 경험만을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로 적용 가능한 브랜딩+전환 구조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안드릴게요.

① 주제 선정 → 시즌성과 브랜드 미션을 동시에 녹여내기

X: “100% 당첨! 룰렛 돌리기!” (단기 유입에는 효과 있지만 브랜드는 안 남음)
O: “새 학기, OO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 – 출석 룰렛 이벤트” → 브랜드가 제공하는 ‘하루의 루틴’과 연결

② 리워드 구성 → 혜택의 정체성을 설계하기

X: 그냥 적립금, 그냥 무료배송 쿠폰
O: “OO 고객 전용 혜택”, “OO 케어 키트 무료 체험권”처럼 브랜드에서만 가능한 혜택으로 설계

③ UI/UX → 브랜드 톤앤매너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 이미지 스타일, 컬러톤, 카피까지 전체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 이벤트 페이지 내에도 브랜드 서사 흐름을 반영 (ex. 고객의 하루 → 브랜드가 필요한 순간 → 룰렛 참여)

④ 사후 구조 → 전환 이후에도 경험이 이어지게 만들기

● 쿠폰 사용 후 제품 구매 시, 후속 콘텐츠 제안 (ex. 해당 제품 리뷰 사례, 활용법 등)
● 룰렛 참여 고객 대상으로 재참여 유도 메일링 or 리마케팅 광고 설계

이 구조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즉석당첨형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에 고객을 초대하는 구조’를 설계하라.


4. 퍼포먼스와 브랜딩은 충돌하지 않는다, ‘접점’이 없을 뿐이다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이건 브랜드 이미지에 안 맞는 것 같아요.” 혹은 “퍼포먼스는 잘 나와도, 브랜드 팀에서 반대해요.”

하지만 사실 이건 둘 중 하나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접점이 설계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설계하고자 하고, 퍼포먼스 팀은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를 만들고자 하죠.

당첨 이벤트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설계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고객에게는 재미있는 참여 경험을 주고, 브랜드에게는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를 보여줄 기회가 되니까요.

중요한 건 룰렛을 돌리는 순간이 아니라, 돌리기 전과 돌린 후에 무엇을 경험하게 하느냐입니다.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세요

지금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경품 이벤트는 단순히 유입을 위한 장치인가요, 아니면 브랜드와 고객이 처음으로 연결되는 접점인가요?

즉석당첨형 이벤트는 분명 전환 퍼포먼스에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 구조 안에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고, 고객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단순 이벤트를 넘어서는 브랜드 자산 축적형 마케팅이 됩니다.

마케터라면 ‘돌린다’는 행동보다, 그 안에서 고객이 ‘무엇을 느끼게 할지’를 고민해보세요. 전환도, 브랜딩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